추적자들에게 쫓기던 버튼 박사는 해박한 플랜트 구조 지식을 바탕으로 추격을 뿌리쳤다. 그는 플랜트 내부에 있는 직각통로로 그녀와 함께 뛰어 내렸다. 이 통로는 공기순환을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그 내부에는 버튼 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안전 공간이 있었다. 추적자들은 제대로 속아 넘어 갔다. 깊고 어두운 낭떠러지 통로 아래로는 아무것도 보이는 게 없었다. 그들은 아무 의심없이 버튼과 휘트너가 우주 공간으로 뛰어내려 죽었다고 보고했다. 평소 버튼을 과소평가해온 로트필드는 이에 만족했다.
살아남은 버튼은 뉴스에서 자신이 사고로 죽었다는 보도가 나오자 이를 기회로 삼기로 했다. 그는 LOPE 몰래 다시한번 바이오트론 지도자들을 만났다. 그러나 LOPE에게 매수된 지도자들이 잠적하는 바람에 그들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알고 보니 LOPE가 증거를 인멸하고자 그들을 암살하려 하고 있었다. 이에 휘트너가 버튼 박사를 도왔다. 그녀는 뉴스를 취재하며 얻은 인맥들을 바탕으로 숨은 지도자들을 찾아 냈고 버튼은 그들을 설득해 합병 문서에 서명하게 하였다.
마침내 버튼은 합병문서에 모든 바이오트론 지도자들을 서명을 받는데 성공했다. 그 무렵 로트필드는 발모어 회장을 탄핵하는 안건을 이사회에 상정해 놓고 자신이 의장 대행을 맡아 이사회를 개최하고 있었다. 버튼은 그 자리에 참석했다. 모두들 죽은 줄 알았던 버튼이 나타나 깜짝 놀랐다. 로트필드는 눈을 부릅떴고 버튼은 그들 앞에서 증거를 보여 주었다.
영상이 끝나자 각 기업의 대표들이 웅성거렸다. 일부 기업 대표들은 어딘가 침울해 보였다. 발모어 회장에 호의적이었던 몇몇 기업인들이었다. 마지못해 LOPE의 편에 서 있긴 했지만 그들은 지금 죄책감을 보이고 있었다. 발모어한테 배웠던 대로 그 점을 공략한다면 그들의 마음을 돌릴 수도 있을 것도 같았다.
버튼은 생각나는 대로 말을 이어갔다.
로버트 버튼
발모어 회장님은 바이오트론과 에덴랩을 합병해 난민들 또한 이곳에서 선단의 방향을 결정짓는데 참여할 수 있도록 하려고 했습니다.
이것은 결코 비겁한 짓이 아니며 기업인으로서 모두를 위해 공헌하려는 마지막 업적이었습니다.
물론 로트필드 남작으로서는 결코 바라지 않던 일이었겠지만요.
의장 대행으로 자리에 앉아 있던 로트필드가 버튼을 노려 보았다. 버튼은 그를 외면했다. 사방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소위 발모어가 나한테 강조했던, 판이란 것이 완성된 것이다.
로버트 버튼
당신들은 로트필드의 공모자들입니다.
물론 구미가 당겼을 겁니다. 로트필드 남작이 당신들을 이끌었을 겁니다.
그가 당신들에게 안정을 약속했겠지요.
그의 말대로 따르면 우리가 구조했던 난민들이 당신들의 재산을 빼앗을 일도 없을 것이고, 쾌적한 삶도 계속될 테니까요.
이해는 합니다.
그렇지만, 나는 당신들이 정도를 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책임은 LOPE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도 있습니다.
아무도 대답이 없었다. 이제 버튼이 쥔 패를 낼 차례였다.
로버트 버튼
내가 그 책임을 지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엑소더스 이사회의 멤버이자 에덴랩의 대표로서,
우리 회사가 바이오트론과 합병할 것을 선언합니다.
로트필드 오퍼니지
말도 안되는 소리! 이 플랜트를 누구의 돈으로 만들었는데 감히!
캡틴!
하지만 캡틴은 로트필드의 명령을 못들은 듯 안나를 바라보며 묵묵히 서있었다.
캡틴 로스트
..
안나
‘고마워요. 아저씨.’
로트필드가 소리 쳤다. 버튼은 마치 발모어 회장이라도 된 듯 놀랍도록 뻔뻔스럽게 받아쳤다.
로버트 버튼
감사합니다. 캡틴!
잘난 척 하지 말길 바랍니다. 오퍼니지 경.
이곳 사람들 중에서 이 플랜트를 만들려고 자신의 것을 희생하지 않은 사람은 한 명도 없습니다.
버튼은 전자서류를 꺼냈다.
로버트 버튼
합병에 동의하는 바이오트론 지도자들의 서명을 받아 왔습니다.
물론 로트필드 당신이 매수한 지도자들의 서명도 포함해서요.
그럼, 어디 계산해보지요.
바이오트론이 가진 자본금은 총 32억 6천ED로 이 금액은 엑소더스 선단 지분의 약 1%에 해당합니다.
우리가 구한 난민들이 직접 한푼 두푼 모금한 돈이죠.
당신의 그 노예대출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발모어 회장은 내게 베데스다 유니버셜의 전권을 위임했습니다.
그의 지분과 우리 바이오트론의 지분을 합치면 총 지분의 51%에 해당합니다. 이의 있으신 분 말씀하시죠.
역시나 아무도 대답이 없었다. 버튼은 즐거운 마음으로 시스템을 이용해볼 겸 다음 단계로 나아갔다. 얼굴이 굳어진 이사들이 보였다.
로버트 버튼
여기 계신 누군가 우리의 합병에 제청을 해 주셨으면 좋겠는데,
누가 하시겠습니까?
메르니 코헨
내가 제청하겠소.
발모어 회장만큼 늙은 대표가 손을 들었다 메르니 중공업의 회장이었다. 이윽고 몇몇 이사들이 추가로 손을 들었다. 버튼은 너무도 기뻤지만 발모어한테 배운대로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버튼은 의장석에 앉아 오만상을 찌푸린 로트필드에게 말했다.
로버트 버튼
이제 그 자리에서 내려오길 바랍니다. 남작.
그는 따르는 수 밖에 없었다. 버튼의 인생에 있어 가장 통쾌한 말이었다.
자신의 성으로 돌아간 로트필드는 엄청나게 화가 났다. 닥치는 데로 던져 깨어버렸다. 도무지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건물을 지으라고 일을 준 노예가 주인 행세를 하려는 것이 아닌가.
로트필드 오퍼니지
로버트 이놈오옴~ 죽여 버리겠어. 죽여.. 버리겠어.
오퍼니지 가문의 이름을 걸고 놈을 기어코 죽여 버리겠어.
어떻게 하면.. 죽여버릴까..
암살 그래 암살.
네 놈의 최후는 어느 누구의 칼인지도 모르고 어디서 왜 인지도 모르고 죽는거야.
그리고 죽기 직전에 내가 한 것인지 말하는 거지.
크. 크. 크.
이날 이후로 힘의 균형은 발모어와 버튼에게로 기울었다. 발모어 회장은 은퇴했다. 그는 오늘날의 엑소더스를 만든데 책임을 지고 새로운 개혁을 위하여 의장 자리를 젊은 버튼에게 양도했다. 그리하여 버튼은 엑소더스 이사회 의장 자리에 올랐고 실질적으로 선단의 방향을 통제하는 권력을 얻었다.
버튼 박사는 난민들과 함께한 경험을 토대로 여러가지 규칙을 새로 만들어 잘못된 것들을 과감히 바로 잡았다. LOPE가 생존 대출로 행패를 부릴 수 없도록 수금을 제한하고 식수와 전기, 주거공간 등의 공공성을 지닌 재화는 각 기업들이 아닌 이사회 자체가 소유권을 갖도록 했다. 이 덕분에 난민들은 빚 독촉에 고통받거나 생필품을 사지 못해 고통받는 일이 없어졌다. 더불어 버튼 박사는 바이오트론을 노동자들이 참여하는 식량 생산 협동조합으로 키워냈고 식량을 저렴하게 공급하여 모두에게 도움을 주었다. 이 조치들만으로도 난민들은 크게 기뻐했다. 통신주파수 또한 마찬가지였다. 기좀 미디어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던 방송포트들을 자유롭게 풀어 파이럿츠가 합법적으로 방송할 수 있도록 약속을 지켰다. 결과적으로 이는 난민들의 언론이 생겨나는데 일조했다. 이제 어느 누구도 플랜트에 일어나는 일을 투명하게 알 수 있었다.
이와 더불어 노동자들에게 가혹한 노동을 강요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칙을 마련했고 각 기업들의 사병이 행해오던 비인간적인 행위 또한 금지했다. 이제부터는 오직 이사회 소속의 치안관들만이 치안권을 행사할 수 있었으며 재판이나 사법철차 또한 이사회에서 임명한 법관들이 행사하였다.
이렇게 난민 노동자들이었던 엑소더스의 대중들은 시민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버튼 박사는 이를 절묘한 균형감각으로 이룩해내었다. LOPE를 포함한 일부 기업들이 그의 개혁을 단단히 벼렸지만 그들은 상황을 뒤집을 명분을 얻을 수가 없었다. 버튼 박사가 기업들의 이익도 보전해 주어 불만을 잠재운데다가 무엇보다도 난민들이 열광할 만큼 엄청난 지지를 얻었기 때문이었다.
이에 로트필드는 장기전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그들은 기업들 가운데서도 엘리트 의식에 휩사여 있는 기업들을 모아 당파를 결성했다. 이들은 돈과 에너지, 유통 같은 재화를 담당하는 기업들이라 스스로를 코인 트러스트라 부르게 되었고, 버튼 박사의 정책에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웠다. 그러자 버튼 박사의 주도하에 항공우주기업 베데스다와 식량생산기업 바이오트론, 중공업의 메르니, 제조업의 미스코어 등이 동력을 뜻하는 해머를 붙여 해머 트러스트를 결성하였다.
버튼 박사의 사후에도 버튼의 후예들은 시민을 위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을 신조로 삼았고 이를 명예로 여기는 가문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LOPE의 로트필드 가문을 필두로 한 코인 트러스트는 그들이 가진 기득권을 영위하며 사치스러운 생활을 계속 누려가며 귀족 신분을 제도화 하려했다. 이러한 변화는 수천년에 걸쳐 계속 되었다.